밤에도 열립니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미술관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
밤 10시까지 관람객 발길 이어져 “조용히 작품 즐길 수 있어 좋아”
점심 먹으며 작가와 교류하고 관내 카페서 음료·맥주 마시기도
작가가 디자인한 아트상품 인기

 일본 도쿄 롯폰기에 있는 모리미술관은 ‘밤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밤 열 시까지 문을 연다. 이곳이 가장 붐비는 시간은 저녁 7시. 퇴근한 직장인들이 하루의 스트레스를 떨쳐내기 위해 예술의 향기 가득한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모리뿐 아니다. 이제 국내 미술관에서도 땅거미 내려앉은 밤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심야 관람뿐 아니다. “먹으러 미술관에 간다”는 사람이 있을 만큼 미술관 안에 시원한 맥주 한잔 기울일 카페, 식당들도 생겼다. 아트숍도 진화 중이. 편집숍 버금가는 미술관 아트숍에서 희소성 높은 상품을 구해 집을 꾸미는 사람도 많다.

◇한밤에 즐기는 미술관

한 달 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K 현대미술관은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지난 19일, 저녁 8시가 넘은 시각에도 전시를 보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창밖은 어둠이 내려 네온사인 반짝이는데, 조우현(37)씨는 “북적이지 않고 조용히 작품을 즐길 수 있어 일부러 저녁에 왔다”며 웃었다. 미술관 1층엔 작품을 감상하며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이달 문 열 6층 식당에선 음식과 맥주도 판매한다. 김연진 K 현대미술관장은 “미술관이 위치한 압구정 로데오 거리는 24시간 운영하는 가게가 많은 동네”라며 “퇴근길 직장인들이 모임 후 예술에 취해 하루를 마감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19일,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K 현대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전시장 2층 벽면의 반을 유리로 해 관람객이 창밖 야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성형주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은 점심 시간이 인기다. 매월 둘째·넷째 화요일 작가와 식사하며 작품을 이야기하는 ‘예술가의 런치박스’ 행사다. 정원은 30명인데 매번 50명 이상 참가를 신청할 정도로 인기다. 매월 둘째·마지막 주 수요일엔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 ‘뮤지엄 나이트’를 운영한다. 전체 관람객 중 78%가 남성으로, 주로 회사 업무를 마치고 오는 직장인들이다. 변지혜 큐레이터는 “꽉 짜인 회사일로 낮 관람이 어려운 남성들이 혼자서 조용히 즐기다 가는 경우가 많다”며 “평일 여가 시간은 사실상 저녁 6시 이후라는 생각에 미술관 운영 시간을 늦춘 것”이라고 했다. 아트선재센터도 새해부터 매달 마지막 수요일 미술관을 밤 9시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미술관 내 한옥 카페에서 음료와 맥주를 즐길 수도 있다.

연중무휴에, 수·토요일 밤 9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외국인 방문객 수가 부쩍 늘었다. 전체 관람객의 3.15%(2015년)를 차지했던 외국인이 1년 새 8.16%로 증가했다. 홍콩에서 온 관광객 유샤오(23)씨는 “체류 기간이 짧아 바삐 다니지 않으면 원하는 미술관을 다 방문할 수 없고, 전시도 제대로 못 보는데, 야간 개장을 해 여유롭게 감상했다”고 말했다.

◇아트숍, 카페도 즐긴다

미술관 아트숍도 풍성해졌다. 엽서, 머그컵, 자석에 작품 이미지를 새긴 기념품 가게가 아니다. 작가들이 직접 디자인한 아트 상품들을 선보인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아트숍의 인기 상품은 미국 조각가 알렉산더 콜더의 모빌이 그려진 클러치 가방과 쟁반이다. 키스 헤링의 그림이 그려진 팔레트와 설치미술가 양혜규의 팔찌는 여성들이 좋아한다. 서도호 작품을 소재 삼아 만든 갓난아기 ‘우주복’은 일찌감치 완판됐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아트숍은 편집숍이라고 해도 될 만큼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아래 사진은 작가와 미술관에서 대화하며 식사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예술가의 런치박스’. /김지호 기자·서울시립미술관

 

통의동 대림미술관 아트숍과 미술관 옆 카페인 ‘미술관 옆집’도 이채롭다. 디자이너가 만든 고급 문구류와 램프, 향초, 지압용품, 식물까지 판다. 국립중앙박물관 아트숍에선 유물 발 굴 키트(kit), 금관 머리띠, 청자 그릇이 인기다. 관람객 신혜원(40)씨는 “요즘 미술관에서 파는 상품은 예술품이라고 해도 될 정도”라며 “작가가 디자인한 제품을 구매하면 나도 작가의 작품을 소유했다는 만족감을 얻는다”며 웃었다. K 현대미술관 류소영 학예팀장은 “요즘 미술관은 전시뿐 아니라 식사도 하고 아트 상품도 사는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했다.

 

정유진 기자, 성형주 기자

저작권자(c) 조선일보 2017/02/01 03:05 송고 2017/02/01 03: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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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2T09:53:42+00:00